한 중학교 교사의 이상한 설문조사에 달린 리플들을 보면서 키보드를 두들려보게 된다.
스승이라고 생각했던 선생님은 지금까지 두분이 계신다.
한분은 기억마저도 흐릿해져 성함도, 몇학년 떄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키가 매우 크고 마른 약간의 머리가 벗겨진 할아버지 선생님이셨다.
젊은 선생님들과 비교하다면 패기도 열정도 없어 보이셨지만,
(지금 말하자면 살거 다 사신 사람의)
여유와 연륜이 묻어나는 노련함.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으셨다.
(지금와서 생각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패기와 열정보다 중요한 것들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자신이 앞서지 않고, 무리하게 사람들을 끌고가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이끄는 더욱 높은 단계의 통제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꽤나 많은 생각을 했던거 같다.
그래서 이름도 희미한 그분을 나의 첫번째 스승이라고 생각을 한다.
지금은 돌아가셨을지도 모르는 박.찬.석 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두번째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아직 살아계시고(웃음)
학교에서 수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으시므로 인해 익명처리 ㅋㅋ
목표로 하던 학교/학과 진학에 실패하고 인생머있어~ 로 달관하던 나를
"곱게 뒷자석에 타고갈래? 트렁크에 실려서 갈래?" 라는 협박으로 대학교 면접에 끌고가신 아버지와
어떻게든 학교 보내려고 노력하던 가족들..
머.. 이런 이유로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도 없이 어영부영 대학을 가고
단지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 나겠다는 일념으로 육군으로 가버린 나였는데
군대갔다와서도 3학년 전공을 떙겨들으면서
(역복학이라 이래저래 엉겼다. 원래대로라면 2학년 2학기 수업들어야 하지만 3학년 2학기 듣는식)
짜증보다는 오랫만에 느껴보는 배움/깨달음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학부생이 멀 알겠어~ 라는 자세로
열정적으로 가르치기 보다는 그냥 교과서 읽어주는 식으로 수업을 하셨고
그로 인해서 결국에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복학을 해서도 수업은 제대로 안 듣고
내가 하고 싶은것만 파고 있었던 나날이 었다(응? 웬 서사체 -ㅁ-)
그러다가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신선함을 느꼈다.
좀 더 많이 살았다고, 조금 더 먼저 접했다고, 조금 더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도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 배움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에서
이 분을 만나기 위해서 그래도 대학에 온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행복함을 느꼈다.
아주 미묘한 차이이고, 일부에서는 무슨 차이냐고도 할지 모르겠지만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처럼, 많이 배울수록 고개를 숙이는 인간은 드물다는 점과
학생과 교수를 떠나 인간대 인간, 인격체와 인격체로서 학생을 대하는 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님은 시험 때 시험 범위 밖의 문제를 항상 하나 내시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학생들 시험도 공부랍니다. 시험을 보면서 많은것을 배워가세요"
머.. 물론 나야 여전히 좋은 학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학점 그 이상의 좋은 것을 얻었다.
자유로운 영혼과
그리고 교감을 할 수 있는 영혼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도 나이먹고 저렇게 때묻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