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유입경로 보다 보니 든 생각
82년 김지영을 읽었지만 솔찍히
"82년 김철수" 라는 걸 상상하긴 힘들었던 이유는
남자의 삶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당연한 것은 페미니즘에서 외치는 권력이나 기득권이라서 아닌
부조리 한 것 조차도 감당해야 하는 모든 것이 당연해야 하는 것에서 줄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쓴다고 한들, 읽는다고 한들 왜 이런걸 글로 써? 내지는 흥미를 유발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인터넷, 전기, 무선통신들
전화가 5분 안된다고 난리고, 카톡 30분 안된다고 사회기사로 까지 뜨고, 인터넷이 느리다고 난리를 핀다.
하지만 당연히 되고 있는 것에 사람들이 감탄을 하거나 고마움을 느끼진 않는다.
남자의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 무미건조하고 지루하며 칭찬이 없는 욕먹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 당연한 건 대단한 것이 아니다.
남자니까 oo 해야지
남자가 oo 해서는 되나?
로 어릴때 부터 삶의 근간으로 잡히는 족쇄이다.
남자니까 어려도 엄마를 챙겨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남자니까 누나를 챙겨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남자니까 여자를 때려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듣고
남자니까 더 힘들고 위험한걸 대신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남자니까 여자를 울려서는 안된다는 소리를 듣고
남자니까 이것도 못하면 머하는데 쓰냐 고추나 떼라는 소리를 듣고
남자니까 듬직해야 한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정말 당연하고, 별거 아닌 말들이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 사회가 "당연히 잘" 돌아가는 이유에는 이런것들이 쌓여서
신뢰할 만한 것들이다는 보편적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하수도를 정비하고 청소할 것이며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상수도를 관리한다.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똥을 치우고 쓰레기를 치우며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전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일하며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통신이 잘 이뤄지도록 산과 철탑을 타고 있으며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불을 끄러 목숨을 던지며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범죄자를 잡으러 목숨을 걸며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으며
우리가 신경쓰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내가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당연한게 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아지게 되면 화를 낸다.
어느순간 내 여자 힘든게 싫어서 들어주었던 것은 들어야만 하는게 되었고
어느순간 나라를 지키기 위해라는 희생심은 집지키는 개만도 못하게 되었으며
어느순간 누군가를 구하는 이타심은 직장이 되어 쓸모도 없는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어느순간 내가 모르는 기술은 어려운게 아닌 별 거 아닌 게 되었다.
그리고 호의와 의무감으로 사회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비난의 화살을 받는순간
그리고 그 사람들이 지니던 호의와 의무감을 포기하고 해방하는 순간
이 사회는 어떤식으로 변화하고 어떤식으로 파괴될까?
그렇다고 한들 그 사람들에게 그런 호의와 의무감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82년 남자들이 이러한 의무감과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자신의 소중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의 웃음을 보기 위해서
내가 조금만 희생하면 되는데 하는 "당연한 것"들이 쌓여서 이루어진 것들 때문일 것이다.
비록 쓸모없는 조금 모난 돌멩이가 그 혜택에 무임승차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