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 | SV420 | 1/21sec | Flash did not fire | 2009- 2-28 23:43:29

이번 아버지 생신에 쳐들어온 외가쪽 사촌 남매다. 여자애는 중3, 남자애는 중1이다.
아부지 생신 전전날에 오빠 오냐고 경고장 내지는 도전장을 메신저로 보내온 아주 귀여운철천지 웬수 사촌 동생들이다.

상담내용이랄것도 없이, 어느샌가 수다에서 조금은 진지한 모드로 이야기가 가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부모님은 얘네가 전교에서 몇등해서 어떻게 해서 어떤 고등학교를 가고 어떤 대학교를 가서 어떤 직업을 하냐가
관심이다 보니, 팔랑귀의 소유자인 관계로.. 그런것들이 궁금해졌다.

"xy 넌 모하고 싶어?"
"공군"
"공군가서 모하게?"
"아빠가 공군가래"
"그래도 머 하고 싶은게 있으니까 공군가는거 아니야?"
"관제탑에서 비행기 지시해주는거"


"그럼 xx넌 머하고 싶어?"
"그런거 없는데?"
"장래희망 있자너 대통령이라던가"
"음... 간호사?"
"그거 말구 딴거는 또 없어?"
"스튜어디스?"
"또 딴거는?"
"생각안해 봤는데?"


머..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웬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의 화려한 과거가 떠올랐다.. ㄱ-(젠장)

중/고등학교때 맨날 게임만 한다고 부모님 속 썩여 드리고
수능보고는 인생포기해서는 원서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대학가서는 생활비로 다달이 돈도 다 내주고 알바도 안했는데 학점은 개판이고
이게 뜬금없이 운동권에 들어 가서는 데모질하는데 가서는 쑈하고(아니 그래도 이건 엄마 아빠 관점)
졸업했는데 대통령을 섬겨야지 왜케 딴지거냐고 구박먹고
(저 명박놈 안티입니다 ㄱ- 저에게는 대통령과 2가지 연관이 있음. 그래서 고개를 못든다는.. OTL)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때는 맨날 게임하다가 집에서 두세시간 자고 학교에서는 맨날 퍼질러 자고
모의고사는 조금 점수 나오는데 중간기말은 꽝이고
열심히 하면 잘할꺼 같은데 공부는 안하고 게임질만 하고
먹으면 움직이지 않고 데굴데굴 덱데굴 곰팅이질이니 ㄱ-
(쓰고보니 조낸 양심의 가책이 ㄱ-)

아무튼 그렇게 살아온 내가 이 파릇파릇한 초딩시키들아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불현 듯 들었다.
결국에 해준 말은

"돈을 잘 버는 일을 하던가 너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해라.
 단, 너가 하고 싶은걸 직업으로 했을때는 쉽지 않은길을 걷게 될 것이다."
-> 결국 난 돈도 잘 못 벌고, 재미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것을 직업으로 삼지 못했다.

"너희가 지금 뜨는 직업, 돈 많이 버는 직업을 목표로 해봤자, 그 직업이 너네가 취업하는
 10년뒤 까지 돈많이 벌고, 유망한 직종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너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
-> 아무생각없이 그냥 취업대는대로 직업을 선택했... OTL

"책을 읽어라. 누군가는 그 법칙을 발견하기 위해 평생을 걸었다. 너가 살면서 경험하고 꺠달을 수 있는 지식은 한계가 있으니까, 책을 읽으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배움을 얻을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에만 빠져있지는 마라. 행동하는 바보가 생각만 하는 천재보다 낫다."
-> 고등학교 3년간 수많은 도서부원을 괴롭힌 장본인으로.. 하루 3권씩 소설두께의 다양한 책들을 공부도 제끼고 읽어댄 전적이 눈앞을 가린다.


아무튼, 얘네 남매랑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건,
아이들이 너무 학교나 공부에 찌들어서 호기심이란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된 건 아닐까? 라는 점이었다.
그냥 단순히 머리속에 정보를 쑤셔넣는(물론 어느정도의 기반 지식은 외워야 하는 경향이 있긴하지만)
공부가 아닌 학습에 찌들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환경의 탓만 하기에는 너무 인간의 자유의지를 포기 한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러한 환경에 완벽 적응을 해서 호기심을 마음속에 묻어 둔채, 단순히 암기 하는건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떠나서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 일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 사태(!)를 떠나서라도, 많은 후배들이 도움을 요청하고, 조언을 요청할때
과연 내가 그러한 조언을 해줄수 있는 위대한 사람인가? 라는 물음에 매번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내가 성급한 조언을 해서 이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되는건 아닐까.
이 녀석이 나보다 더 대단한 넘일수도 있는데 내가 조언하는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자꾸만 들게 된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우찌된게 나라는 넘은.. 배우는게 많이 질수록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만을 꺠닫게 되고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걸까..
Posted by 구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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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와 실태를 알려주는 현실이 문제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꿈이 얼마나 실현하기 어려운 꿈인가요? 현실을 잘 안다면 말이죠..
    그렇지만 그런 큰 꿈을 가져야 더 나은 노력을 가져오게 하는데, 어린아이들에게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가르쳐주는 것... 별로 바람직한 것 같질 않네요..

    2009.03.02 22: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와, 이미 그걸 알아버린 아이들에게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이러한 고민이 많이 들더라구요. 어짜피 꿈을 이야기 하면 무슨 동화속 이야기를 하냐고 할지도 모르니 말이죠. 적당하게 현실과 꿈을 모호하게 만들어서 적당하게 속여주어야 해서 꽤나 고생을 했답니다 ^^;

      결론은 니가 하고 싶은걸 하는게 결국에는 후회가 적게 남는다 였으니 말이죠.

      2009.03.03 00:28 신고 [ ADDR : EDIT/ DEL ]
  2. 그 말이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치 마시고 무슨 말이든 해주세요.
    저들이 나중에 컸을 때, 어릴 적 자신들에게 이런 말을 해준 이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아쉬워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어쩌면 아이들 덕분에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된 셈이군요.

    2009.03.04 1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쉬워 하는 걸로는 끝나지 않을테니 말이죠.
      j4blog의 재준님의 글에도 리플은 달았었지만, 개인의 깨달음을(비록 좋은것이라고 보편적으로 생각되는 것일지라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론 부모는 아니더라도 친척이라 얘네가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가 한 말이 이 아이들의 인생에 어떤 파장을 미칠까, 내가 그러한 영향을 미치고, 미칠만큼 대단한 사람인가? 이런 생각과 걱정이 들더라구요.

      어쩌면 대놓고 이거해야지 돈 많이 벌어 먹고 살아! 라는 직접적인 강요보다 더 강력한 정신적 족쇄가 되도록 하는게 저의 화법이라서 말이죠. 이러한 타인에 대한 영향력이 가끔은 무섭습니다.

      2009.03.04 10:34 신고 [ ADDR : EDIT/ DEL ]
  3. xPloiTx

    대학생활은 어떠했는지 잘 생각해보면.. 그래도 나를 만났으니.. 니 인생은 핀거야.. ㅋㅋ
    농담이고.. 우리 동기들이 좀 놀긴 많이 놀았지.. 그래서 이번에 나도 죽쑤고.. 있다.. ㅋㅋㅋ
    열심히 살아라.. 항상 니가 걷는 길이 나의 인생의 마지막일수 있다는 맘으로 최선을 다해봐라..
    그럼 잠도 안온다.. --;

    2009.04.27 0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